[여의도풍향계] 與 용산역, 野 서울역…귀성인사의 정치학

2020-01-26 3

[여의도풍향계] 與 용산역, 野 서울역…귀성인사의 정치학
[명품리포트 맥]

올해 설 연휴는 4·15 총선을 앞둔 마지막 명절인터라 여야 모두 그 어느 해보다 귀성 인사에 특별한 공을 들였습니다.

흩어졌던 가족과 친척들이 한데 모이는 설 밥상머리 대화가 총선의 1차 승부처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이해찬 대표 체제의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설 연휴 때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용산역으로 총출동했습니다.

호남선·전라선의 출발역인 용산역에서 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 민심을 확실하게 붙잡겠다는 생각.

총선이 코 앞인 만큼 우선 '집토끼'부터 잡겠다는 전략인데, 호남 출신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귀성 인사에 함께 나섰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반갑게 손을 잡아주지만, 꼭 그런 건 만도 아닙니다.

이번에는 이해찬 대표가 설화를 빚어 성난 유권자가 많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장애인 비하 발언 사과하라."

이 대표가 며칠 전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라고 말한 것에 항의하러 나온 사람들입니다.

고성과 구호가 끊이지 않은 가운데서 이 대표는 말을 삼가며 귀성객에게 손만 흔들었습니다.

이 대표가 이미 기자회견까지 열어 3번이나 사과했지만, 이낙연 전 총리도 나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본인도 여러 차례 사과를 드린 것으로 압니다만 저도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누구든 국민의 아픔에 대해서 훨씬 더 민감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발걸음은 올해도 어김없이 서울역으로 향했습니다.

경부선이 출발하는 서울역은 영남이 고향인 귀성객이 붐비는 곳입니다.

한국당과 영남 표심 경쟁을 벌이는 새로운보수당도 서울역에서 귀성 인사를 했습니다.

귀성객들과 인사를 나눈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경제와 민생의 어려움을 거론하며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를 지적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귀향길에 (오른)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러 나왔습니다. 경제는 어렵고 민생은 힘들지만, 희망을 가지고 내려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박수를 보내드렸습니다."

새보수당 지도부는 눈에 잘 띄는 흰색 점퍼를 맞춰 입고 나와 새롭게 출발하는 개혁보수 진영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올해는 우리 새로운보수당이 대한민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습니다. 우리 국민들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게 만들어놓겠습니다."

영남권의 이번 설 밥상머리 화두는 한국당과 새보수당을 주축으로 한 보수통합 성사 여부입니다.

한국당과 새보수당 지도부는 서울역에서 자연스럽게 마주칠 수도 있었지만, 끝내 그런 장면은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한국당 일행이 3층 대합실에서 1층 플랫폼으로 내려가던 시각, 새보수당 일행은 플랫폼에서 귀성 인사를 마치고 3층 대합실로 올라가면서 서로의 발걸음은 엇갈렸습니다.

새누리당 출신들이 떠난 뒤 호남계 의원들만 남은 바른미래당 역시 용산역이 설 민심잡기 행보의 출발점입니다.

임시로 카페를 차려놓고 호남 귀성객들에게 따뜻한 커피와 차를 대접했습니다.

호남 기반의 대안신당과 민주평화당도 귀성 인사에 합세하면서 용산역은 정치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뤘습니다.

작년 설 귀성객 인사 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호소했던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올해는 자신들이 앞장 선 덕분에 선거법이 개정됐다고 자랑했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서 앞으로 우리나라는 다당제에 의한 연합정치가 시작될 것입니다. 바른미래당이 주도했습니다."

지난해 분당 사태를 겪었던 대안신당과 평화당은 용산역에서 각각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호남을 무대로 한 '제3지대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플랫폼에서 마주친 양당 대표는 웃음 속에 덕담까지 주고 받으며 통합의 불씨를 당기는 모습.

"합동으로 인사를 해요? 차 내려가는 거 없는가?"

"명절 이후에는 새로운 모습으로 함께 만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번 호남 선거에서 양당 모두 후보를 낸다면 민주당에 패배할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이어서 서로에게 통합은 절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념정당 색채가 가장 짙은 정의당이 선택한 곳은 서울역이었습니다.

딱히 정치적 텃밭이라 할 만한 지역이 없기 때문에 유동인구가 제일 많은 곳을 택한 겁니다.

"정의당이 (총선에서) 몇석을 얻느냐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저는 감히 말씀드립니다."

이념이나 정책 대결이 아니라 출신 지역으로 편 가르기를 하는 지역주의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여의도 정치는 여전히 구태의 늪에 빠져 한 걸음도 밖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역주의 정치의 끝단은 과연 언제일까요?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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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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